부커상이 읽은 동아시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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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이 읽은 동아시아 문학

한강에서 양솽쯔까지, 세계 번역문학 무대에 오른 10년의 동아시아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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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오늘날 번역문학이 세계 독자에게 도달하는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학상 중 하나다. 이 상은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소설과 단편집을 대상으로 하며, 수상 상금은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단순히 "좋은 외국 소설"을 고르는 상이 아니라, 문학이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조명하는 상이다. 현재의 형식은 2016년부터 본격화되었고, 그 첫 수상작이 바로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였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뒤인 2026년, 같은 무대에서 대만 작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Taiwan Travelogue)'가 수상했다. 이 글은 그 10년의 궤적을 따라간다.

부커상이 영어권 장편소설의 권위를 상징한다면,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번역문학의 세계적 가시성을 상징한다. 이 상의 롱리스트(수상 후보)에 오른다는 것은 한 작품이 단지 특정 국가의 문학 안에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문학의 대화 속으로 들어갔다는 뜻에 가깝다. 특히 2016년 이후 동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수상후보 리스트에 오르면서, 한국·일본·중국어권 문학은 영어권 번역문학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글은 수상작과 수상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함께 살핀다. 최종 수상작만으로는 한 문학권이 어떻게 읽히는지 충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작 전체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인터내셔널 부커상이 동아시아 문학 안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몸, 기억, 국가폭력, 젠더, 도시, 식민지 경험, 근대화의 상처, 미래에 대한 불안. 동아시아 문학은 단일한 "아시아적 감성"으로 읽힌 것이 아니라, 현대 세계가 공유하는 균열을 각자의 언어와 역사 속에서 드러내는 문학으로 읽혀왔다.


한강,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2016 수상작 · 한국어 · 번역 데보라 스미스

표지 이미지: 창비.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첫 수상작이 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이 세계 번역문학 시장에서 새롭게 인식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한 여성 영혜를 중심으로, 가족, 욕망, 폭력, 몸, 침묵의 문제를 세 개의 시선으로 펼쳐낸다. 표면적으로는 한 여성의 채식 선언에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그것이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가부장적 가족 질서와 사회적 폭력에 대한 극단적이고도 침묵적인 저항임을 깨닫게 된다.

'채식주의자'의 중요성은 한국문학이 영어권에서 더 이상 "분단"이나 "역사적 비극"의 프레임으로만 읽히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있다. 이 작품은 매우 한국적인 가족 구조와 억압의 감각을 담고 있으면서도, 몸을 둘러싼 보편적 폭력과 자유의 문제로 확장된다. 한강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의 이미지는 강렬하고 불온하다. 이 작품 이후 한국문학은 세계 독자에게 훨씬 더 본격적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옌롄커, 사서(四書, The Four Books)

2016 최종 후보 · 중국어 · 번역 카를로스 로하스

표지 이미지: 자음과 모음.

옌롄커의 '사서'는 중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기억 중 하나인 대약진운동과 그에 따른 대기근을 알레고리적 형식으로 다룬 소설이다. 이 작품은 지식인들이 강제노동수용소에 갇힌 세계를 배경으로, 정치적 광기와 생존, 배신, 신앙, 글쓰기의 문제를 독특한 문체로 풀어낸다. 제목이 암시하듯, 소설은 여러 종류의 "책"과 기록의 형식을 빌려 역사를 말한다.

이 작품의 의의는 국가가 통제한 역사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기억의 다른 방식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옌롄커는 직접적인 사실주의보다 우화와 기괴한 상상력을 통해 중국 현대사의 폭력을 드러낸다. 그래서 '사서'는 단지 중국의 특정 역사에 관한 소설이 아니라, 국가가 기억을 지배하려 할 때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진실을 우회하고 보존하는지에 관한 작품이 된다.


오에 겐자부로, 익사(Death by Water)

2016 후보 · 일본어 · 번역 데보라 볼리베어 뵘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

오에 겐자부로의 '익사'는 한 노년 작가가 오래전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의 기억을 되짚는 소설이다. 오에는 자신의 분신에 가까운 작가 인물을 통해 사적인 기억, 전후 일본의 역사, 천황제의 잔영, 문학과 자기반성의 문제를 한데 엮는다. 이 작품은 사건 중심의 소설이라기보다, 기억과 글쓰기의 층위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후기 오에 문학의 성찰에 가깝다.

이 작품이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일본문학이 세계문학장에서 단지 미니멀리즘이나 일상성의 문학으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겐자부로의 문학은 전후 일본 지성사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익사'는 개인사와 국가의 기억이 어떻게 서로 얽히는지를 묻는다. 한 작가가 자기 가족의 과거를 파고드는 일은 곧 일본 현대사의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된다.


옌롄커, 작렬지(The Explosion Chronicles)

2017 후보 · 중국어 · 번역 카를로스 로하스

표지 이미지: 자음과 모음.

옌롄커의 '작렬지'는 작은 마을이 거대한 도시로 팽창하는 과정을 과장되고 기괴한 방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Explosion(폭발)'이라는 이름처럼, 이 소설의 세계는 성장, 욕망, 부패, 권력, 자본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한 공동체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변형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윤리와 관계가 어떻게 훼손되는지가 블랙유머와 풍자를 통해 드러난다.

이 작품은 중국식 근대화와 개발의 광기를 문학적으로 압축한다. 경제성장과 도시화는 단지 사회적 성공의 서사가 아니라, 기억과 공동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힘으로 나타난다. 동아시아의 여러 도시는 개발과 재개발, 성장과 상실의 경험을 공유한다. '작렬지'는 그중에서도 중국적 속도와 규모를 가장 기괴하고도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강, 흰(The White Book)

2018 최종 후보 · 한국어 · 번역 데보라 스미스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

한강의 '흰'은 소설, 산문, 시의 경계를 흐리는 작품이다. 흰 것들—강보, 눈, 쌀, 소금, 종이, 새, 숨—을 따라가며 작가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언니의 존재와 자신의 삶을 겹쳐 사유한다. 이 책은 전통적인 줄거리보다 이미지와 애도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흰색은 순수함의 색이 아니라, 상실과 생존, 애도와 다시 쓰기의 색이 된다.

'흰''채식주의자' 이후 한강 문학이 세계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감각의 깊이다. 한강은 개인적 상실을 역사적 폐허와 연결하고, 삶과 죽음 사이의 미세한 경계를 문장으로 더듬는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 속에서 강렬한 서사뿐 아니라 조용한 애도의 형식으로도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우밍이, 도둑맞은 자전거(The Stolen Bicycle)

2018 후보 · 중국어(대만) · 번역 대럴 스터크

표지 이미지: 비채.

우밍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는 사라진 아버지와 도난당한 자전거를 추적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한 가족 미스터리에 머물지 않는다. 자전거라는 사물을 따라가며 대만의 식민지 경험, 전쟁, 동물, 기술, 수집, 가족사의 기억이 복잡하게 얽힌다. 사소해 보이는 물건 하나가 한 사회의 역사 전체로 이어지는 방식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 작품은 대만문학이 가진 독특한 기억의 감각을 보여준다. 대만의 역사는 일본 식민지 시기, 전쟁, 국민당 통치, 정체성의 혼종성 속에서 형성되었다. '도둑맞은 자전거'는 거대한 역사를 정면으로 설명하기보다, 사물과 흔적, 수집된 기억을 통해 접근한다. 이 작품은 역사가 때로 국가의 기념비보다 오래된 물건과 개인의 탐색 속에 더 깊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찬쉐, 신세기 사랑 이야기(Love in the New Millennium)

2019 후보 · 중국어 · 번역 아넬리스 파인건 워즈먼

표지 이미지: 글항아리.

찬쉐의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쉽게 요약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랑, 욕망, 노동, 감시, 환상, 신체의 감각이 뒤섞인 세계를 보여준다. 인물들은 명확한 심리적 설명보다 꿈과 악몽, 기묘한 대화와 감각 속에서 움직인다. 찬쉐의 문학은 독자에게 친절한 서사를 제공하기보다, 익숙한 현실 감각 자체를 흔든다.

이 작품의 의의는 중국문학이 반드시 역사적 사실주의나 정치적 알레고리의 형태로만 세계문학에 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데 있다. 찬쉐는 훨씬 더 실험적이고 난해하며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쓴다. 그녀의 작품은 중국이라는 특정 사회를 넘어, 현대인의 내면과 세계의 불안정성을 이상한 꿈처럼 드러낸다.


황석영, 해질 무렵(At Dusk)

2019 후보 · 한국어 · 번역 소라 김-러셀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

황석영의 '해질 무렵'은 성공한 중년 건축가와 젊은 세대의 불안정한 삶을 교차시키며, 한국 사회의 개발과 계급,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한때 가난한 청년이었던 주인공은 산업화와 도시 개발의 흐름 속에서 성공한 인물이 되었지만, 그의 현재는 과거의 상실과 부채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젊은 세대의 불안은 그가 지나온 시대의 그림자처럼 작품 안에 놓인다.

이 작품은 황석영 문학이 오랫동안 다뤄온 한국 현대사의 변화와 민중적 감각을 도시적 서사로 압축한다. 한국의 압축성장과 개발은 누군가에게 상승의 기회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밀려남과 상실의 경험이었다. '해질 무렵'은 성공한 도시의 표면 아래에 남아 있는 계급적 균열을 보여준다.


오가와 요코, 은밀한 결정(The Memory Police)

2020 최종 후보 · 일본어 · 번역 스티븐 스나이더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

오가와 요코의 '은밀한 결정'은 어떤 섬에서 사물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기억까지 잃어가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새, 장미, 사진, 향수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억경찰'의 감시 대상이 된다. 조용하고 절제된 문체로 쓰였지만, 이 작품의 세계는 점점 더 섬뜩한 통제와 망각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이 소설은 기억과 권력의 관계를 강렬하게 묻는다. 무엇이 사라졌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알 수 없다. '은밀한 결정'은 일본문학 특유의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검열과 순응, 망각과 저항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 동아시아의 기억 정치라는 관점에서도 이 작품은 중요하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단지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정치적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찬쉐, I Live in the Slums(한국어판 미출간)

2021 후보 · 중국어 · 번역 캐런 거넌트 & 천쩌핑

표지 이미지: Yale University Press.

찬쉐의 I Live in the Slums는 단편집 형식으로, 현실과 꿈, 동물성과 인간성, 빈곤과 환상이 뒤섞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제목은 사회적 주변부를 암시하지만, 찬쉐의 '슬럼'은 단순한 사회학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무의식, 욕망, 불안, 존재의 낯섦이 드러나는 기이한 장소에 가깝다.

이 책은 찬쉐 문학의 실험성을 잘 보여준다. 그녀는 독자에게 안정적인 해석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문학이 얼마나 낯설고 불편한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중국어권 문학의 한 축이 현실주의적 역사서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 즉 초현실적이고 철학적인 내면의 문학으로도 세계 독자에게 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라, 저주토끼(Cursed Bunny)

2022 최종 후보 · 한국어 · 번역 안톤 허

표지 이미지: 래빗홀.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호러, SF, 판타지, 민담, 블랙코미디가 뒤섞인 단편집이다. 저주받은 토끼 모양 램프, 몸과 사물의 변형, 가족과 자본주의의 폭력, 복수와 기괴한 욕망이 각 이야기 속에서 낯설게 등장한다. 이 작품은 한국문학이 반드시 리얼리즘이나 역사소설의 형태로만 세계에 소개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주토끼'의 의의는 장르문학과 문학성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하게 증명한 데 있다. 정보라는 기괴하고 때로는 잔혹한 상상력을 통해 현대사회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가족, 노동, 자본, 젠더, 신체의 문제는 괴물과 저주, 환상적 장치를 통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 책은 한국문학의 세계적 스펙트럼을 크게 넓힌 작품이다.


가와카미 미에코, 헤븐(Heaven)

2022 최종 후보 · 일본어 · 번역 샘 베트 & 데이비드 보이드

표지 이미지: 책세상.

가와카미 미에코의 '헤븐'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두 중학생을 중심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소년은 한쪽 눈이 사시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같은 반의 소녀 고지마 역시 집요한 폭력의 대상이 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소설은 피해와 연대, 고통의 의미를 단순하게 위로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폭력과 윤리에 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고통에는 의미가 있는가.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가해자의 논리는 어떻게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가. '헤븐'은 일본문학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철학적 질문이 결합된 작품이다. 특히 젠더와 신체, 청소년기의 폭력이라는 문제를 통해 현대 일본 사회의 어두운 윤리적 풍경을 드러낸다.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Love in the Big City)

2022 후보 · 한국어 · 번역 안톤 허

표지 이미지: 창비.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서울을 살아가는 젊은 퀴어 남성의 사랑과 우정, 질병, 외로움, 도시적 감각을 담은 연작소설이다. 작품은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목소리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는 사랑의 실패, 가족과의 거리, 사회적 낙인, 죽음과 상실의 감각이 깊게 흐른다. 서울은 이 소설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욕망과 고독이 동시에 발생하는 장소다.

이 작품의 중요성은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장에서 젊은 도시성과 퀴어 서사의 언어로도 읽히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거대한 역사나 국가폭력보다 개인의 사랑과 생활, 친구들과의 대화, 클럽과 병원과 집의 감각을 통해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대도시의 현대적 삶이 얼마나 사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동시에 아픈 방식으로 문학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2년의 후보 리스트에는 정보라와 박상영 두 명의 한국 작가가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문학의 다층성이 가장 가시화된 해라고 할 만하다.


천명관, 고래(Whale)

2023 최종 후보 · 한국어 · 번역 김지영

표지 이미지: 문학동네.

천명관의 '고래'는 거대한 서사적 에너지로 움직이는 소설이다. 이야기에는 기이한 인물들, 폭력과 욕망, 사업과 몰락, 여성들의 삶, 민담적 상상력과 영화적 장면들이 넘쳐난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특정 시기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한반도의 근대화와 자본의 욕망을 우화적이고 과장된 서사로 밀어붙인다.

'고래'는 한국문학이 미니멀하고 절제된 감각만으로 세계에 소개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오히려 과잉, 활력, 기괴함, 대중서사의 힘을 통해 독자를 끌어당긴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문학의 또 다른 얼굴—거칠고 서사적이며 민담적인 에너지—가 세계 독자에게도 강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쩌우징즈, Ninth Building(한국어판 미출간)

2023 후보 · 중국어 · 번역 제러미 티앙

표지 이미지: Honford Star.

쩌우징즈의 Ninth Building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기억을 통해 중국 현대사의 격변을 회상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거대한 정치적 구호보다 일상의 장면과 개인의 기억을 통해 시대를 보여준다. 국가적 폭력은 거대한 사건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생활과 관계, 성장의 감각 속에 스며든다.

이 작품의 의의는 중국 현대사의 상처를 회고적이고도 절제된 방식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다. Ninth Building은 기억의 문학이 반드시 직접적 고발의 형식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로 한 시대의 폭력은 개인의 성장기, 건물의 이름, 사소한 일상의 장면 속에서 더 오래 남는다.


황석영, 철도원 삼대(Mater 2-10)

2024 최종 후보 · 한국어 · 번역 소라 김-러셀 & 영재 조세핀 배

표지 이미지: 창비.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는 한국 근현대사를 철도 노동자의 가족사를 통해 거대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제목의 'Mater 2-10'은 증기기관차의 이름이며, 철도는 이 소설에서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식민지, 산업화, 노동운동, 분단과 현대사의 기억을 관통하는 상징이 된다. 한 가족의 이야기는 곧 한반도 근현대사의 긴 궤도와 겹쳐진다.

이 작품은 황석영 문학의 오랜 관심사—민중, 노동, 역사, 분단, 산업화—가 집약된 소설이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 근현대사의 집단적 기억이 여전히 세계문학적 질문으로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철도원 삼대'는 한국문학이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노동과 역사, 세대의 기억을 통해서도 세계와 만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치가와 사오, 헌치백(Hunchback)

2025 후보 · 일본어 · 번역 폴리 바튼

표지 이미지: 허블.

이치카와 사오의 '헌치백'은 장애를 가진 여성 작가의 몸과 욕망, 글쓰기, 성적 상상력, 사회적 시선을 도발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중증 장애를 가진 인물로,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사회가 부여한 한계를 날카롭게 인식한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동정이나 감상적 위로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몸과 욕망의 문제를 제기한다. 작가 본인이 신체 장애를 가진 최초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라는 사실은, 이 소설을 둘러싼 일본문학장의 변화 자체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의의는 일본문학 안에서 장애, 젠더, 욕망, 문학적 자기표현의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 '헌치백'은 "몸"이 단순한 개인적 조건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공간임을 보여준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세계문학 독자들이 동아시아 문학 안에서 점점 더 다양한 신체와 목소리를 읽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와카미 히로미, Under the Eye of the Big Bird(한국어판 미출간)

2025 최종후보 · 일본어 · 번역 요네다 아사

표지 이미지: Granta Books.

가와카미 히로미의 Under the Eye of the Big Bird는 먼 미래의 인류를 상상하는 작품이다. 인간은 더 이상 지금 우리가 아는 방식으로 태어나고 살아가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관리되고, 분리되고, 관찰되는 존재가 된 인간들의 세계에서, 이 소설은 생명, 종, 돌봄, 고독, 진화의 문제를 조용하고도 낯설게 묻는다.

가와카미 히로미는 일상과 환상,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부드럽게 흐리는 작가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포스트휴먼적 상상력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동아시아 문학이 과거의 기억뿐 아니라 미래의 생명윤리와 종의 불안까지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Under the Eye of the Big Bird는 조용하지만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무엇이 변해도 여전히 인간인가.


양솽쯔, 1938 타이완 여행기(Taiwan Travelogue)

2026 수상작 · 중국어(대만) · 번역 린 킹

표지 이미지: 마티스블루.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는 1930년대 일본 통치기 대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일본 작가가 식민지 대만을 여행하며 현지 통역사이자 요리에 능한 한 여성과 동행하는 이야기로, 발견된 일본어 회고록의 '번역'이라는 액자 형식을 취한다. 여행기와 식문화, 번역, 두 여성 사이의 미묘한 관계, 식민지적 시선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이 소설은 대만이라는 장소가 어떻게 제국의 시선 속에서 소비되고, 동시에 자기만의 기억과 감각을 보존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의의는 두 겹이다. 하나는 대만문학이 세계 번역문학의 중심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다는 점이다. 양솽쯔와 번역자 린 킹은 각각 최초의 대만 작가, 최초의 대만계 미국인 번역가로 이 상을 받았다. 또 하나는 이 작품이 만다린 중국어로 쓰인 작품으로는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문학을 이야기할 때 한국·일본·중국 중심의 구도는 너무 자주 반복된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그 구도를 흔든다. 만다린 중국어 문학이 반드시 중국 본토의 역사서사를 통해서만 세계에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대만의 식민지 경험과 여성 서사, 음식과 여행의 감각이 그 자체로 한 시대의 기억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동아시아 문학은 어떻게 읽히고 있는가

이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몇 가지 흐름이 보인다.

첫째, 한국문학은 몸과 폭력, 도시와 퀴어성, 노동과 근현대사의 기억을 통해 읽혀왔다. 한강, 정보라, 박상영, 천명관, 황석영은 서로 매우 다른 작가들이지만, 이들의 작품은 모두 한국 사회의 압축된 현대성이 남긴 상처와 에너지를 보여준다.

둘째, 일본문학은 기억의 소멸, 신체의 취약성, 윤리적 폭력, 인간 이후의 미래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읽혔다. 오에 겐자부로, 오가와 요코, 가와카미 미에코, 이치카와 사오,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들은 전후 일본의 기억부터 포스트휴먼적 미래까지 폭넓은 질문을 던진다.

셋째, 중국어권 문학은 국가와 기억, 역사적 알레고리, 실험적 상상력, 그리고 대만의 식민지 경험과 정체성의 문제를 통해 세계문학장에 진입했다. 옌롄커와 찬쉐는 중국 본토 문학의 서로 다른 극단을 보여주고, 우밍이와 양솽쯔는 만다린 중국어로 쓰인 문학이 본토 너머에서 어떤 시간과 감각을 만들어내는지 세계 독자에게 보여준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이 읽은 동아시아 문학은 하나의 단일한 지역문학이 아니다. 그것은 몸이 저항하는 문학, 기억이 사라지는 문학, 국가가 개인을 압박하는 문학, 도시가 사랑과 고독을 품는 문학, 식민지와 근대화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문학이다.

동아시아 문학이 세계문학의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번역본이 출간된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 지역의 역사와 감각, 상처와 상상력이 세계 독자와 새로운 언어로 만난다는 뜻이다. 번역은 문학을 이동시키지만, 동시에 한 지역이 자신을 다시 읽히게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작가와 번역가가 상금을 나누어 갖는 이 상의 구조는, 어떤 책이 세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늘 두 사람—혹은 두 언어—이 필요했음을 매년 상기시킨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2026년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까지,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첫 10년은 동아시아 문학이 얼마나 넓고 깊게 세계문학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목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동아시아의 책들은 다른 언어로 이동하며, 우리가 아직 충분히 읽지 못한 이 지역의 시간과 기억을 계속 세계로 내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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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하나의 축구 대륙인가

아시아는 하나의 축구 대륙인가

중동의 자본과 동아시아의 시장 사이에서, 새로운 챔피언스리그를 상상하다 🇬🇧 🇯🇵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고 있다. 한 시즌 동안 이어진 긴 여정이 단 한 경기로 압축되는 밤이다. 이 한 경기를 보는 동안 사람들이 떠올린 것이 단지 두 팀의 실력만은 아닐 것이다. 아스널의 오랜 기다림, PSG가 자본을 쏟아부어 만들어 온

By Henry Nam
アジアは一つのサッカー大陸なのか

アジアは一つのサッカー大陸なのか

中東の資本と東アジアの市場のあいだで、新たなチャンピオンズリーグを想像する 🇬🇧 🇰🇷 ハンガリーのブダペストで行われているUEFAチャンピオンズリーグ決勝を見ている。長いシーズンをかけて続いてきた旅が、たった一試合に凝縮される夜だ。 この試合を見ながら、人々が思い浮かべるのは、単に両チームの実力だけではないだろう。アーセナルが待ち続けてきた時間。PSGが巨額の資本を投じながら築こうとしてきた王朝の物語。一つの試合のなかに、数十年分の記憶が重なっている。UEFAチャンピオンズリーグが特別なのは、単に世界最高峰の選手たちがプレーするからではない。サッカーを通じてヨーロッパという空間を、そしてそこに積み重なった記憶を描き直す大会でもあるからだ。 ロンドンとマドリード、ミラノとミュンヘン、パリとリスボンでは、それぞれ異なる言語が話されている。歴史的な対立も少なくなかった。だが、サッカーの夜が訪れると、これらの都市は一つの物語のなかに入っていく。チャンピオンズリーグが成功したのは、ヨーロッパがもともと単一の文化圏だったからではない。異なる都市と国家を結ぶ舞台を、長い時間をかけて

By Henry Nam